“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을 선고합니다. 탄핵 사건임으로 선고 시간을 확인하겠습니다. 지금 시간은 오전 11시 22분입니다. 주문, 피청구인 대통령 윤석열을 파면한다.”
짧은 문장 하나가 역사를 갈랐습니다. 그 찰나의 순간, 무너졌던 정의가 되살아나고, 꺾였던 민주주의의 숨결이 다시 살아났습니다. 긴 어둠의 터널 끝에서 마침내 봄은 찾아왔고, 정의는 스스로의 길로 돌아왔습니다.
문득 길가에 핀 꽃 잔디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그토록 기다렸지만 미처 보지 못했던 봄의 기척이었습니다. 언 땅을 뚫고 피어난 연분홍빛 잎사귀들은 마치 우리 모두의 마음처럼 벅차게 떨리고 있었습니다. 긴 겨울을 지나 마침내 찾아온 이 봄은, 단지 계절의 변화가 아닌 시대의 전환이요, 국민의 의지가 이뤄낸 눈부신 결실입니다.
돌이켜보면 우리는 3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한 사람의 독단과 오만, 헌법을 짓밟고 민주주의를 유린한 권력자의 손에 나라를 맡겨야 했습니다. 국민의 목소리는 묵살 당했고, 법과 제도는 권력을 위한 도구로 전락했으며, 언론과 사회는 공포와 억압 속에 질식해 갔습니다. 우리는 그 속에서 분노했고, 때로는 절망했지만, 끝내 무너지지 않았습니다. 침묵하지 않은 시민들이 있었고, 포기하지 않은 민주주의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오늘, 절기의 이름마저 맑고 밝은 청명(淸明), 대지의 기운이 살아나고 만물이 깨어나는 날 국민의 손으로 파면된 대통령을 보며, 이 땅에도 마침내 청명한 봄이 다시 찾아왔음을 느낍니다. 이 새봄은 단지 기온의 따뜻함이 아닌 국민이 되찾은 정의의 온기이자 미래를 다시 써 내려갈 희망의 첫걸음입니다.
눈이 오고, 비가 내리고, 세찬바람 부는 그 겨울밤에도 거리에서 촛불을 들었던 민주시민들, 그 길 위에 서서 침묵 대신 외침을 선택했던 민주시민들, 당신들이 바로 오늘을 만든 주인공입니다. 현장에 함께하지 못했지만 마음으로 기도하고 응원해주신 국민 여러분, 여러분의 간절함이 오늘의 봄을 불러왔습니다. 계엄의 기운이 감돌던 그날, 국회를 지키고 군인을 막아낸 용기 있는 시민들, 위법한 명령에 고개를 젓고 양심을 지킨 군인들, 모두가 이 역사의 한 페이지를 함께 써 내려간 주역들입니다. 진심으로 고맙고 그리고 감사합니다.
이 길은 결코 쉽지 않았습니다. 민주주의의 불씨를 되살리기 위한 그 험난한 여정은 우리 모두에게 너무나 큰 희생과 고통을 안겨주었지만, 그 끝에는 오늘과 같은 영광이 기다리고 있었음을 우리는 알고 있었습니다.
오늘의 승리는 우리만의 것이 아닙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독재에 맞서 싸우고 있는 전 세계의 민주시민들에게, 이 대한민국의 봄은 살아있는 증거가 될 것입니다. 독재는 영원하지 않으며, 진실과 정의는 반드시 돌아온다는 것을 우리는 증명했습니다.
이번 일로 우리는 대통령 하나를 잘못 선택하는 것이 얼마나 깊고도 넓은 상처를 국가와 국민에게 남길 수 있는지를 절실히 배웠습니다. 너무나 큰 값비싼 수업료를 치렀기에 다시는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아야할 것입니다.
그리고 이제, 우리는 다시 하나의 선택 앞에 서 있습니다. 두 달 후, 새로운 대통령을 뽑게 됩니다. 더 이상 실수하지 맙시다. 두 눈 부릅뜨고, 오직 국민을 위한,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한 지도자를 선택 합시다.
헌법 위에 누구도 존재할 수 없습니다. 권력은 국민 위에 서 있을 수 없으며,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와야 한다는 헌법 제1조는 결코 선언이 아니라, 오늘 우리가 실현해 낸 진실입니다.
위대한 국민의 위대한 선택, 이제 함께 새로운 역사를 만듭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