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白雲寺 가는 길

박종철기자 | 기사입력 2014/10/31 [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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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白雲寺 가는 길
 
박종철기자   기사입력  2014/10/31 [07:03]

 


여름에 수많은 피서 인파가 몰렸던 심원계곡이 요즘은 언제 그랬냐는 듯이 한가롭다. 성주면 성주2리 마을회관 앞 백운대교에서 심원동 끝 마을을 한 바퀴 돌아 천년 고찰 백운사까지 다녀 올 목적으로 발길을 옮기다 보면 ‘솔향기’라는 펜션이 눈에 들어오는데 4층 구조로 예쁘게 치장돼 있는 게 특징이다. ‘솔향기’라는 상호와 걸맞게 진한 소나무 향을 느낄 수 있으며, 크고 작은 방은 물론 20-30 여명이 한 방에서 머물 수 있는 넓은 공간도 확보돼 있어 가족단위나 단체가 묵기에 안성맞춤이다.
 


가을 햇살을 만끽하며 도로변을 따라 걷다보면 달리는 자동차 안에서는 결코 느낄 수 없었던 계곡의 경치와 형형색색 이파리들의 속삭임이 정겹다. 들녘의 황금빛과 함께 노랗고 붉게 물들어가는 민가의 감들은 가을의 넉넉함을 더해주고, 성질 급한 이름 모를 나무는 벌써 앙상하게 가지를 드러냈다. 올해 가을도 기울고 있다는 증거다.
 

 
토굴 속 찬바람을 이용해 발효시킨 ‘젓갈’의 맛이 뛰어나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백운사 입구 계곡을 옆에 두고 토굴에서 자연 숙성시켜 다양한 종류의 젓갈을 선보이고 있는 이곳 업체는 멀리 외지에서까지 그 맛을 인정해 소비자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아마도 심원동 마을이 청정지역이라서 더 맛이 뛰어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토굴새우젓 업체를 지나면 여름에 관광객들이 가장 많이 몰렸던 계곡으로 접어드는데 여름보다 요즘 경치가 그야말로 환상이며, 그 어느 수목원보다 더 아름답다. 계곡을 따라 흐르는 물가에 수줍은 듯, 또는 당당하게 자태를 뽐내고 있는 크고 작은 나무들은 한껏 자유를 누리고 있으며 잔잔한 물빛은 채 마르지 않은 한 폭의 수채화와 닮았다. 하늘에 선녀가 있다면 아마도 이곳에서 매일 밤 목욕을 하지 않을까 하는 착각에 빠져본다.
 

 
계곡 끝자락에서 닭과 오리 요리를 전문으로 하는 넓은 식당 주차장에는 은행나무가 노랗게 물들어 금방이라도 쏟아 질 듯 눈이 부시고 잘 정돈된 정원에선 가을 국화들의 꿀벌 유혹이 한창이다. 은행나무 사이로 계곡을 건너 넓은 나무숲을 걷다보면 낙엽 밟는 소리가 친근한 샹송으로 다가와 귓전을 울린다.
  

 
여름에 시끌벅적했을 피서객들의 추억도 더듬어보고 지나온 삶도 한번 생각해 보면서 충분한 휴식을 취한 뒤 심원마을을 벗어나 백운사 입구로 다시 접어들면 길게 늘어진 감나무 감들이 다시 한 번 가을 정취를 느끼게 해 준다. 백운사 중턱쯤 올라가면 아름드리 소나무와 수백 년은 됐을 법한 고목이 천년을 훌쩍 넘긴 백운사의 역사를 말해주듯 버티고 서 있다. 백운사 주변은 한 낮에도 햇빛을 볼 수 없을 만큼 우거진 소나무 숲이 자랑거리다.
 

 
천년 고찰로 잘 알려진 백운사(白雲寺)는 통일신라시대 무염(無染 801~888)이 창건했다. 무염은 태종 무열왕의 8대 손으로 애장왕 2년(801년)에 태어나 13세에 출가했다. 현덕왕 13년(821년) 당나라로 건너가 수도를 통해 깨달음을 얻었고, 문선왕 7년(845년) 귀국, 당시 웅천 오합사(烏合寺)의 주지를 지냈다. 진성여왕 2년(888년) 성주사에서 89세로 입적했다. 왕은 그의 뜻을 기리기 위해 시호를 ‘낭혜(朗慧)’라고 했으며 탑을 세운 뒤 탑의 이름은 ‘백월보광(白月普光)’이라고 지었다.
 


낭혜화상백월보광탑비(朗慧和尙白月普光塔碑)는 지금의 성주사지에 있으며 국보 제8호로 지정돼 있다. 백운사는 창건 당시에는 성주산의 옛 이름인 숭암산이란 이름을 따서 숭암사(崇巖寺)로 불렀다. 임진왜란 때 성주사와 함께 전소됐다가 조선조 순조 25년(1925년) 중건됐다. 건물로는 대웅전과 요사채, 선방이 있고, 고려 때 정연당스님의 부도비가 남아 있으며 흰 구름 속에 있다 해서 백운사(白雲寺)라고 고쳐 부르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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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4/10/31 [07:03]   ⓒ br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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