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돈 먹는 하마된 '지방의회'

박종철기자 | 기사입력 2014/11/21 [0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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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돈 먹는 하마된 '지방의회'
 
박종철기자   기사입력  2014/11/21 [07:21]

지방의회는 시도 자치단체를 감시하는데 가장 큰 목적이 있으며, 주민불편을 찾아내 해결방안을 모색하고 예산을 심의하는 등 조례를 만들어 주민들의 권리와 의무를 대변하는 기능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지방의회가 이 같은 일을 제대로 수행하고 있다고 믿는 이는 그리 많지 않다. 지방의회가 처음 깃발을 올릴 때에는 지방자치에 걸맞는 생활정치를 뿌리내려 주민간의 화합을 도모하고 지역마다 특성을 살린 소득자원을 개발하는 등의 삶의 질을 높일 것으로 많은 사람들은 내다봤다.

집행부의 기고만장한 독주로부터 주민의 권리를 찾아주고 작은 일에도 주민이 참여할 수 있도록 시·도정을 개방하는 등의 역할도 담당할 것으로 주민들은 기대했다. 하지만 지방의회 출범 20년을 훌쩍 넘긴 지금 차근차근 돌아보면 이 같은 기대는 희망사항이었을 뿐 주민의 생각을 담아내는 데에는 실패했다. 정당정치의 예속에서 벗어나지 못해 공천권자에게 항상 머리를 조아려야 하고 각종 행사는 물론 애경사집에 끌려(?)다녀야 하는 모순된 구조도 가지고 있다.

선거 때 유권자들이 일꾼을 고르는 기준도 누가 더 애경사집을 많이 다녔느냐가 이슈가 되고 능력에 앞서 정당과 그 주변사람들에게 얼마나 충성을 했느냐가 공천의 기준이 되다보니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오늘날 지방의원들의 수준이 그렇고 그렇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이유 중 하나도 이 때문이며, 보령지역과 같이 패거리 정치가 만연하고 시민들마저 이쪽저쪽으로 쪼개진 소도시 일수록 그 현상은 두르러지게 나타난다. 지방의원이 어느 지역에서 선출되었는가에 따라 주민숙원사업의 완성도가 달라지고 지방의원의 판단과 기준에 의해 지역 예산이 갈리는 경우도 종종 있다.

각종 이권에 개입하는 의원도 수두룩하다. 속이 쓰리고 시릴 만큼 싸늘한 주민들의 시선과 야유, 조롱과 공분, 욕설과 손가락질에도 이들은 아랑곳 하지 않는다. 그래서 툭하면 지방의회 무용론이 고개를 들고 있으며 의회운영비가 갈수록 치솟아 지방의회는 '돈 먹는 하마'란 말까지 나왔다. 서울시의회 사무처 운영비 270 억원을 비롯, 전국 232개 의회 사무국과 지방의원들에게 지급되는 의정비를 모두 합하면 연간 예산이 수천억원에 달한다니 그럴만도 하다. 여기에 국민권익위원회가 지난해 10-11월 인구 50만 명 이상 지역의 기초의회 24곳 등 모두 47개 지방의회를 대상으로 실시한 청렴도 조사 결과에 따르면 10점 만점에 4.96점으로 낙제점을 받았다. 그래도 지방의원들은 스스로의 자질과 도덕성, 전문성, 지역발전에 대한 기여도가 크다고 자부하고 있다.

이렇듯 지방의회를 보는 주민들의 시선이 곱지 않은 데에도 보령시의회는 지난 18일 내년 의정비를 올해 3,274만원에서 3,688만원으로 12.6% 인상했다. 이 액수는 국내외 연수비, 업무추진비 등을 뺀 금액으로 지방공무원 7급 17호봉에 달하는 연봉이다. 시민들의 최대 관심사인 화상경마장에 대해서는 입을 꼭 다물고, 관광성 해외 연수를 다녀온 후 결과보고서 한 장도 내놓지 못하면서 제 밥그릇만큼은 확실하게 챙기고 보겠다는 속셈이다. 돈만 있으면 모든 것을 해결하고 돈이면 야유와 조롱, 욕지거리까지도 감수할 수 있다는 싸구려 이론이 지방의회 때문에 생긴 것은 아닌지 우리 모두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기사수정 : 2014년11월2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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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4/11/21 [07:21]   ⓒ br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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