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의원님 "이웃돕기 성금 좀 내시지요"

박종철기자 | 기사입력 2014/12/05 [0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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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의원님 "이웃돕기 성금 좀 내시지요"
 
박종철기자   기사입력  2014/12/05 [07:17]

겨울찬바람이 시리고 고통 받는 사람들, 월세를 못내 끝내 자살을 택한 어느 노부부, 길거리에서 파지를 주워 한 끼를 때우고, 다시 끼니 걱정을 해야 하는 모진 삶을 사는 사람들을 비롯해 조손가정에 이르기 까지 사회로부터 소외되고 홀대받는 가정은 그 어느 때보다 겨울나기가 무섭다. 사회의 온정과 도움의 손길이 다른 계절에 비해 절실한 이유다.

서울시는 최근 본격적인 겨울철에 접어들자 노숙인들을 위해 특별보호대책을 내놨다. 노숙인이 야간에 편히 머물 수 있는 '응급 구호방'을 확대하고, 무료 급식 규모도 대폭 늘린다는 계획이다. 서울시가 지난 10월 말 기준으로 집계한 노숙인은 3천 8백여 명이다. 이 가운데 3천 4백여 명은 일시보호시설과 요양시설 등에서 도움을 받고 있지만 전체 노숙인의 10% 이상은 거리에서 생활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따라서 이들 10% 이상의 노숙인을 대상으로 서울역과 영등포역 응급대피소 등을 '응급 구호방'으로 활용해 1000여 명에게 잠자리를 제공하고, 여성과 고령자, 환자 등 단체생활이 어려운 노숙인에게는 쪽방, 고시원 등을 임대해 제공하기로 했다. 여기에 이들의 겨울나기를 위해 기업체와 사회단체 등 독지가들이 힘을 보탠다니 반가운 소식이다. 또한 사회 봉사단체가 나서 급식과 난방용 연탄을 제공하는 등 별도의 대책이 뒷받침된다니 사람 사는 향기가 느껴진다.

보령지역에도 기초·장애·독거노인 등 1만2000여 세대에 약 2만 여명의 소외계층이 있지만 보령시의 지원은 미비한 실정이다. 법으로 정해진 예산범위 내에서 대책을 세우다보니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따라서 이들의 후원기관인 보령시사회복지협의회와 보령시자원봉사센터가 연중 팔을 걷어 부치고 있으며 연탄은행, 순수 청소년 단체인 한국청년연합 보령시지부를 비롯해 각종 기업체와 사회단체도 힘을 보태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 가진 자 보다 없는 사람들이 이웃사랑에 동참하다보니 늘 한계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

여야는 올해 초 민생국회를 선언했지만 세월호 참사에 따른 특별법에 이견을 보이며 주요 상임위마다 공전을 거듭했다. 6·4지방선거와 7·30재보선 등 여야 평가전이 치러진데다 4월16일 세월호 참사, 19대 국회 후반기 원구성, 박근혜정부 2기 내각 인사청문회 등의 파문으로 입법 활동을 중단하고 5월부터 9월말까지 싸움질만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야는 식물국회를 이어가면서도 일반수당 646만 4000원과 입법 활동비, 특별활동비, 관리업무수당 등을 모두 포함해 월평균 1149만6926원을 꼬박꼬박 챙겼으며 1인당 387만8400원의 추석 상여금도 꿀꺽했다.

전체 의원들이 뻔뻔하게 받아 드신 상여금과 놀면서 받아간 약 5개월의 세비를 합하면 백억 원이 훨씬 넘는다. 무노동 무임금을 외칠 때를 생각하면 파렴치하기 짝이 없지만 이들에게는 당연한 일이다. 지방의원들도 처음 무보수 명예직을 내세우며 대 주민 봉사를 부르짖었지만 이제는 연간 수천 만 원의 의정비를 받고 있다. 문제는 이들이 위에서 말한 사회적 약자들의 배려에는 크게 관심이 없다는 점이다. 따라서 보령시의회가 내년도 의정비 인상분을 복지시설에 기부하고, 여야 국회의원들이 놀면서 챙긴 세비를 반납해 없는 자들의 겨울나기에 쓴다면 아마도 주민들의 싸늘한 눈초리가 조금은 달라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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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4/12/05 [07:17]   ⓒ br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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