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서민의 꿈은 언제나 그늘에 있다

박종철기자 | 기사입력 2014/12/26 [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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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서민의 꿈은 언제나 그늘에 있다
 
박종철기자   기사입력  2014/12/26 [10:24]

한해가 저문다. 그야말로 다사다난했던 한해였다. 박근혜 정부나 여야 정치권이 2014년 새해를 맞이하면서 국민과 약속했던 희망의 메세지는 온데간데없이 대국민 사기극만 남긴 채 그렇게 간다. 이들은 또 다시 2015년 새해 벽두에 거짓과 오욕으로 점철된 가면을 뒤집어쓰고 희망의 메세지를 전할게다. “올해는 모든 국민이 행복하고 그늘진 구석이 없는 경제민주화를 이룩해 소외된 사람이 없도록 하겠다.”고 입에 발린 말씀들을 하실 게 분명하다.

박근혜 대통령도 새해 담화가 있을 경우 이 같은 내용이 담겨 있을 테고, 여야 정치지도자는 물론 지방 정치꾼에 이르기까지 모든 제도권 정치인들은 이와 비슷한 꿀맛 같은 메세지를 쏟아 낼 게 뻔하다. 그러나 이들의 약속과 달리 눈에 띄는 건 박근혜 대통령의 독선과 정치권의 횡포 뿐 달라진 것이라곤 아무것도 없다. 박정희 유신 때나 전두환‧노태우 군사정권 때나 때가되면 무궁화도 피고 사쿠라도 피고, 쑥부쟁이도 피지만 그때나 지금이나 서민들의 희망은 싹은 언제나 그늘에 있다.

죽은 박정희 우상화에 수백억이 쓰이고, 군사정권 군홧발에 입맞춤을 하던 철없는 노 정객들은 아직도 게거품을 물고 나라걱정(?)이 한창인데 우리의 삶만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다. “소도 언덕이 있어야 비빈다.”는 속담처럼 어디 기댈 곳이 하나도 없다보니 늘 이 모양 이 꼴이다. 눈치 빠른 공직자는 단체장이 바뀌면 바뀐 사람에게 머리를 조아리며 충성을 맹세하고, 장사치는 장사치대로 황새목을 하고 제목구멍을 지키려고 안간힘을 쓰지만 별것 아닌 그놈의 ‘지조’라는 것을 가지고 사는 사람들은 언제나 온몸이 허전하다.

관청에 촛대 하나 납품하려해도 높게는 단체장에서부터 실‧과‧국장 및 말단 담당자에 이르기까지 눈치를 살피고 사정을 해야 하는 세상이니 삶이 고달플 따름이다. 그래서 언제나 낮은 삶은 더 낮게, 높고 지체 있는 분들은 아주 높게 굴림하며 살고 있다. 이것이 없는 자들이 겪어야 하는 현실이다. 사정이 이러한 데에도 불구하고 정부와 정치권은 물론 자치단체장에 이르기 까지 해가 바뀔 때마다 늘 ‘행복의 조건’을 내세우며 더러운 사기극을 연출하고 있다. 그저 그러려니 하고 지나치려해도 연말이면 이들 생각에 더 속이 쓰리고 아프고, 혈압이 치솟는다.

이 모두 우리가 이들에 비해 조금 부족하고 못난 탓도 있지만 해도 너무한다는 상대적 박탈감은 해소할 길이 없다. 세상이 바뀌고 정의사회가 형성되기만 기대할 뿐이다. 사람이 크게 부대끼지 않고 살 수 있다는 것, 알록달록 색동저고리에 좋은 차를 한 번 타보는 것이 인간의 보편적인 행복이고 꿈이다. 그러나 그것을 이루지 못하고 ‘희망’사항으로 생각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이 이 사회엔 더 많다. 약자들이 쌀 한 됫박 벌이에 나서면 힘 있는 자들이 그것을 잽싸게 가로채기 때문이다. 다가오는 을미년 새해에는 서민이 잘사는 나라, 인권이 존중받는 사회, 반목과 갈등이 해소되는 한해가 되기를 소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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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4/12/26 [10:24]   ⓒ br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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