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한 조각의 '빵'과 특권층의 '갑질'

박종철기자 | 기사입력 2015/01/09 [0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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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한 조각의 '빵'과 특권층의 '갑질'
 
박종철기자   기사입력  2015/01/09 [06:58]
대한항공 땅콩 회항사건에 이어 이번에는 백화점 모녀 ‘갑질’ 논란이다. 백화점 아르바이트생이 말을 듣지 않는다는 이유로 무릎을 꿇게 하고 모녀가 폭언을 했다는 게 논란의 핵심이다. 또 다른 한 여성은 자신이 구입한 옷을 교환해 주지 않는다는 이유로 백화점에서 점원의 따귀를 때리는 등 난동을 부렸다. 권력을 등에 짊어진 사람이나 가진 자들이 특권으로 인식하는 한 부분이고, 돈이면 무슨 일이든 할 수 있다는 그릇된 의식이 생산한 결과물이다.
 
야구방망이로 약자를 마구 두들겨 패고 매 한 대당 1백만원씩 계산하면 된다는 재벌도 있었는가 하면 남양유업의 갑의 횡포 또한 만만치 않았으니 이러다가 대한민국이 ‘갑질민국’이 되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다. 이처럼 갑질이 우리사회에 만연하다 보니 이제는 놀라거나 이상하게 생각하는 사람도 그리 많지 않다. 모두가 내성이 생긴 탓이다. SNS에서도 ‘있을 수 없는 일’로 ‘갑론을박’을 주고받다가 일정 시간이 지나면 시들해지기 일쑤고, 이를 바로잡아야 할 사회지도층 인사는 강 건너 불구경식으로 한발 빼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와 여당은 ‘재벌 봐주기’식의 끈을 놓지 않고 있으며 형기를 채우지 않은 일부 재벌을 경제 활성화 차원에서 가석방해야 한다고 민심에 반하는 행동을 하고 있다. 배고픔을 참지 못해 빵 한 조각 훔쳐 먹은 길거리 청소년은 소년원에 가둬지고 온갖 ‘갑질’을 서슴지 않은 재벌에게는 특혜를 주겠다니 그야말로 정치권이 ‘꼴갑질’을 하고 있다. 이 나라를 이끌어 가는 주인공이 백성이 되지 못하고, 백성이 오히려 정의를 상실한 권력에게 끌려 다니다보니 이러한 현상이 뿌리를 내렸다.
 
제대로 된 민주주의는 노동자 농민과 경영자, 민중과 왕의 위치, 남녀 간의 평등을 꼽을 수 있지만 덜 성숙된 민주주의는 언제나 갑과 을의 관계가 정립되지 않아 이처럼 시끄럽다. 고위관료는 고위관료대로, 기업인은 기업인대로 변화를 거부하고, 어떻게든 ‘갑’의 위치에 서 보려는 ‘을’의 그릇된 생각이 오늘날 ‘갑질’을 생산했다. 갑질이 우리사회에서 없어져야 할 병폐중 하나지만 과연 없어지는 날이 오기는 올 것인지 요원할 뿐이다.
 
해마다 이맘때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 같은 생각을 하게 된다. “올해는 하는 일이 잘돼서 돈 좀 많이 벌었으면, 가족 모두가 건강하고 걱정꺼리가 없었으면, 특권층이 특권을 내려놓고 평등사회가 뿌리를 내리는 세상이 되었으면 더 바랄게 없겠다.”고 말이다. 그러나 하루 이틀 시간이 지나면서 정초에 가졌던 희망이 몽상에 불과했음을 우리는 쉽게 깨닫게 된다. 정치권은 정치권대로, 재벌은 재벌대로, 제 목소리 키우기에 급급할 뿐 달라진 것을 느낄 수 없기 때문이다. 인격을 인격으로 보지 않으려는 지배구조에서 싹튼 ‘갑질’이 올해에는 사회척결 1순위에 해당하는 표적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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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5/01/09 [06:58]   ⓒ br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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