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부패척결, 법과 원칙이 먼저다

박종철기자 | 기사입력 2015/03/20 [0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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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부패척결, 법과 원칙이 먼저다
 
박종철기자   기사입력  2015/03/20 [07:26]
이완구 총리는 지난 12일 정부 서울청사에서 첫 대국민 담화를 발표하고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부정부패를 발본색원 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취임 이후 국정현안을 파악하고 가장 시급한 과제가 무엇인지 고민해왔다”며 “국정운영의 가장 큰 걸림돌은 우리 사회 곳곳에 잔존하고 있는 고질적 부정부패와 흐트러진 국가기강이란 점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담화는 특히 해외자원개발과 관련한 배임, 부실투자, 일부 대기업의 비자금조성도 국가경제에 악영향을 주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총리가 이 같이 부패척결의지를 천명하자 정치권에서는 이명박 정권을 겨냥해 칼을 뽑았다는 분석과 사회전반에 걸친 부조리를 뿌리 뽑겠다는 소신이 담긴 담화였다고 평가했으나 사회분위기는 비교적 냉담했다. 잊을만하면 ‘정의사회구현’을 내세워 ‘조사와 수사’를 거듭해왔지만 늘 피라미만 잡았을 뿐 정치권이나 고위 공직에는 한계성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권이 바뀔 때마다, 또는 나라경제가 어렵고 힘든 일이 있을 때마다 여론 반전용으로 비리척결을 운운하는 정부정책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렇고 그렇다는 반응이다.
 
박근혜 대통령도 17일 국무회의에서 검찰의 방산비리 및 기업수사와 관련 “이번에야 말로 비리의 뿌리를 찾아내서 그 뿌리가 움켜쥐고 있는 비리의 덩어리를 들어내야 한다.”며 “비단 국방 뿐 아니라 우리사회 각 분야에 켜켜이 쌓여온 고질적인 부정부패에 대해서 단호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대통령은 또 “경제 살리기에 있어서 우리가 방치할 수 없는 것이 부정부패라고 생각한다.”며 대대적인 사정 국면을 예고했고, 이총리의 부패청산 의지에 힘을 보탰다.
 
그러나 부정부패 척결의 핵심 목표인 권력기관이나 장·차관, 국회의원 등 이른바 김지하가 지적한 오적(五賊)들의 비리를 어떻게 방지하고 어떠한 수준으로 징계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박대통령이나 이총리 모두 언급한 게 없다. 제도권 정치인들의 이권개입과 불법, 편법 정치자금에 대해서도 밝히지 않았다. 공공기관 청렴도 조사에 따르면 경찰과 검찰, 국세청 순으로 청렴도가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공무원 범죄 중 가장 비율이 높은 직군도 경찰, 법무부, 국세청 순이다. 하지만 이들에 대한 새로운 처벌기준도 제시된 게 없다.
 
대법원은 지난 12일 ‘벤츠 여검사’에게 무죄를 확정했다. 공교롭게 이완구 총리가 부패척결 담화를 발표한 날과 같은 날이라서 국민들이 한층 더 분노했다. 검사가 변호사로부터 벤츠승용차를 선물 받고 금품에 청탁은 물론 내연의 관계까지 드러났으나 법의 잣대는 달랐다. 지방 하위직 공무원이 민원과 관련해 쌈지 돈을 받거나 소주 몇 잔을 얻어먹고 쇠방망이 처벌을 받은 것과 큰 차이가 있다. 때문에 부패척결에 앞서 박대통령과 이총리가 먼저 해야 할 일은 법과 원칙을 바로세우는 일이다. 그래야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청렴’이란 목적을 달성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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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5/03/20 [07:26]   ⓒ br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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