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배신행위

박종철 | 기사입력 2015/10/23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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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배신행위
 
박종철   기사입력  2015/10/23 [08:00]
박대통령은 지난 2월9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여야의 복지 재원 논란과 관련 “증세는 국민에 대한 배신”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발언이 나오자 새정치민주연합 주승용 최고위원은 같은 날 최고위원회의 모두발언을 통해 “박근혜 대통령이 무슨 뜻으로 한 얘기인지 모르겠다.”며 “증세에 분노하는 국민들의 약을 올리는 것으로 생각한다.”고 반박했다. 담뱃값 인상으로 5조8천억 원의 세수증대가 예상되고, 연말정산 세금폭탄으로 1조원 이상 서민들의 유리지갑이 털렸는데 이것이 증세가 아니면 무엇이냐는 것이었다.
 
박 대통령은 또 지난 6월 25일 국무회의에서 국회법 개정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하면서 ‘구태 정치와 배신의 정치에 대한 국민 심판’을 강조했다. 박대통령이 배신자로 지목한 사람은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 대표였다. 박대통령은 “배신의 정치는 반드시 국민들께서 심판해 주셔야 할 것”이라며 “유대표의 지역구인 대구 유권자들이 내년 총선에서 그를 떨어뜨려야 한다.”고 말했다. 대선공약이 줄줄이 후퇴하면서 국민에 대한 배신행위라는 자신의 비판은 잊은 채 유승민을 질타했다.

대법원은 7월16일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불법대선 개입사건을 파기환송 했다. ‘죄인은 감옥으로’라는 상식적인 2심을 뒤집고, “정치 관여는 했지만 선거 개입은 아니다”라는 1심 이범균 재판장의 ‘지록위마(指鹿爲馬)’ 판결로 되돌아갔다. 이 같은 결과가 나오자 야당은 “오로지 권력만 바라보는 국민 배신 판결이 아닐 수 없다”고 비판했다. 여기에 박근혜 정권은 지난 8·15 광복절을 맞아 4대강 담합 건설사를 특별 사면했다. 그러자 시민단체와 야당은 범죄자들에게 면죄부를 준 국민배신행위라고 지적했다.
 
이처럼 우리 사회와 정치판에는 다양한 ‘배신’이 존재한다. 정치꾼들이 국민을 대상으로 거짓말을 밥 먹 듯 하는 ‘배신’에서부터 자기들끼리 온갖 싸움질에, 이당 저당을 기웃거리는 철새는 물론이고 이합집산과 필요에 따라 적군에게 머리를 조아리는 등 웃지 못 할 배신행위는 이제 우리 생활의 일상이 된지 오래다. 기회만 있으면 상대 정치인을 흠집 내고 아니다 싶으면 무릎아래서 아양 떨고 은혜를 원수로 갚는 일은 이제 흉도 아닌 세상이 됐다. 도덕과 윤리에 앞서 출세 길을 먼저 생각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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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5/10/23 [08:00]   ⓒ br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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