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저질들의 '대도무문'

박종철기자 | 기사입력 2015/11/27 [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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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저질들의 '대도무문'
 
박종철기자   기사입력  2015/11/27 [06:03]
‘대도무문(大道無門)’은 “사람으로서 마땅히 지켜야 할 큰 도리나 정도(正道)에는 거칠 것이 없다”는 의미로, 누구나 정도의 길을 걸으면 숨기거나 잔재주를 부릴 필요가 없다는 뜻이다. 김영삼 전 대통령의 좌우명이었다. 대도무문은 송나라 선승 혜개(慧開, 1183~1260)의 화두(話頭)를 모은 책 ‘무문관’(無門關)’에서 비롯됐다고 한다. 대도에는 문이 없으나 갈래 길이 천이로다. 이 빗장을 뚫고 나가면 하늘과 땅을 홀로 걸으리라(대도무문 천차유로 大道無門 千差有路, 투득차관 건곤독보 透得此關 乾坤獨步).
 
혜개의 이러한 논리와 김영삼 전 대통령의 “큰 길에는 아무런 막힘이 없다”는 의미와는 차이가 있다. 혜개는 “도를 닦는 것은 쉽게 보이지만 옳은 길을 찾기는 어렵다”는 쪽으로 의미를 더 강조했다. 대도(大道)에 대한 부처님의 가르침은 그 대도가 눈에 보인다고 해서 있는 것이고,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없는 것이라고 보지 않는다. 불성과 성불은 생각에 따라 천국과 지옥 우리 생활 주변 곳곳에 있고, 팔만사천법문이 곧 무문가입(無門可入)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팔만사천법문은 문마다 모두 통한다는 법으로, 그 의미도 대도무문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해석이다.
 
중국 당나라 마조도일(馬祖道一 709~788)은 선종의 승려다. 선사에게 한 제자가 이렇게 물었다. “무엇이 부처입니까?”. 선사는 “마음이 곧 부처요, 부처가 마음이다”라고 답했다. 다음 날 다른 제자가 선사에게 같은 질문을 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마음이 없다면 부처도 없다”고 답했다. 크게는 무(無)와 공(空)의 의미로 해석할 수 있으나 제대로 된 눈과 삐뚤어진 눈을 생각하게 한다. 천당과 지옥, 똥을 치우는 작대기에도 부처가 있다고 한 말은 그만큼 부처님의 깨달음을 잘 이해하고 참되게 살아야 한다는 의미다.
 
한국은행이 지난 24일 발표한 '2015년 3분기 가계신용' 잠정치에 따르면, 올 3분기 가계 빚은 1166조원으로 사상최대치를 경신했다. 이에 앞서 지난 2014년 10월 29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새누리당 이한구 의원은 국정감사 질의자료를 통해 2014년부터 2018년까지 국가재정운용계획 기준으로 박근혜 대통령 임기 중 국가부채는 216조3000억원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이 같은 전망치는 지난 2012년 국가부채 443조1000억원에서, 박대통령 임기 말인 2017년에는 659조4000억원까지 증가한다는 것을 뜻한다. 증가액으로만 따지면 역대 정권 가운데 가장 많은 수준이다(출처/헤럴드경제).
 
사정이 이러한 데에도 불구하고 신들린 독선들은 눈만 뜨면 ‘창조경제와 개혁’에 에너지를 쏟고 있고, 보잘 것 없는 야당은 야당대로 당권과 계파 싸움으로 세월을 보내고 있다. 종편은 말할 것도 없고 이제는 방송 3사까지 나서 박근혜, 김무성, 문재인, 안철수를 노래하며 흥미꺼리 보도에 열을 올리고 있다. 김무성과 서청원 등은 김영삼 전 대통령의 상주를 자처했고, 야당은 이들의 행동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모두가 ‘그 밥에 그 나물’이라는 사실을 잊은 모양새다. 그리고 상당수 정치꾼들은 진정한 ‘무문’이 무엇인지도 모르면서 한결같이 대도무문(大道無門)을 외쳤다. 저질중의 저질 코미디를 여과 없이 연출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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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5/11/27 [06:03]   ⓒ br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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