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이준석에게 열광하는 사회

박종철기자 | 기사입력 2016/01/29 [08:39]
시사칼럼/기획 > 시사칼럼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로 보내기 글자 크게 글자 작게
[기자수첩] 이준석에게 열광하는 사회
 
박종철기자   기사입력  2016/01/29 [08:39]

“불곰 한 마리가 상계동에 나타났다. 그런데 상계동 곰인지 호남 곰인지 의아하다” 지난 24일 이준석(30) 새누리당 전 혁신위원장이 서울 노원 병 출마를 선언하며 안철수 의원을 의식해 한 말이다. 이준석은 이후 ‘더민주’ 김종인 선대위원장을 향해서도 “야권이 소화하기 힘든 메시지가 강한 책사”라고 조롱했다. 이준석은 이에 앞서 2012년 12월 당시 한나라당 ‘비대위’ 최고 상관인 김종인 위원을 두고 “김종인은 정치적 창녀의 핵심”이라고 독설을 쏟아냈다.
 
같은 해 “안철수는 룸살롱 파문으로 징징거리지 말라”고 저급한 표현을 썼으며, 특히 과거 트위터에서도 ‘전국철거민연합’을 향해 “진짜 미친 놈 아닌가 싶다”고 막말을 서슴지 않았다. 이준석이 이렇게 막나가자 많은 지식인들이 혀를 내둘렀으며 이를 지켜본 소설가 이외수는 “소름끼친다, 김용만 막말은 이에 비하면 양순한 편”이라고 일갈했다. 'SBS 라이트라인'을 진행하는 정성근 앵커 또한 이준석의 막말과 관련 "강용석과 같은과"라고 촌평했다
 
그러나 이준석은 ‘박근혜 키즈’로 더 유명세를 탔고, 이 같은 흥미를 느낀 종편들은 그를 논객으로 초대해 굿판을 벌였다. 그리고 세상물정 모르는 눈 뜬 장님들의 박수와 환호를 이끌어 냈다. 지금도 보수들은 미래 정치의 아이콘으로 키워야 한다며 그를 추켜세우는 데 혈안이 돼 있다. 초선의원이 당 대표를 지내고 제 마음에 안 든다고 당을 쪼개고, 정치 퇴물들만 득실거리는 세상이 되다보니 이러한 현상이 나왔다.
 
제나라 경공(濟景公 제나라임금:547-490)이 공자에게 이상적인 정치가 무엇이냐고 묻자 공자가 말했다. “임금은 임금의 도리를 다하고, 신하는 신하의 도리를 다하고, 아버지는 아버지의 도리를 다하고, 자식은 자식의 도리를 다하는 것입니다.” “좋은 말씀입니다, 진실로 임금이 임금답지 못하고, 신하가 신하답지 못하고 아버지가 아버지답지 못하고 자식이 자식답지 못하다면 곡식이 있어도 임금의 나라일 뿐, 어디 제대로 얻어먹을 수 있겠습니까?”(君君臣臣父父子子).
 
공자의 ‘정명(正名)사상’에 나오는 말이다. 우리 모두가 이 같은 이상적인 정치를 실현하지 못해 오늘날 이준석과 같은 안하무인을 생산했다. 그리고 그를 3류 정치무대에 올렸다. 이준석은 춤사위를 펼쳤고, 메가폰을 잡은 보수와 관중은 열광하기 시작했다. 그만큼 우리 사회가 병들고, 그만큼 우리 사회가 무엇인가에 목말라 있으며, 그만큼 우리 사회가 무엇인가를 갈망하고 있다는 반증이다.
 
트위터 트위터 페이스북 페이스북 카카오톡 카카오톡
기사입력: 2016/01/29 [08:39]   ⓒ brenews.co.kr
 
  • 도배방지 이미지

시사칼럼/기획 많이 본 기사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