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떡국, '그 성숙함으로'

박종철기자 | 기사입력 2016/02/05 [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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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떡국, '그 성숙함으로'
 
박종철기자   기사입력  2016/02/05 [06:10]
미국 비즈니스계의 살아있는 전설이자 신화로 알려진 잭 웰치(John Frances Welch Jr)는 지도자의 조건을 다양하게 제시하면서, “지도자란 인기 테스트를 받기 위해 존재하는 사람이 아니라 이끌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요즘 정치 사회가 시끄럽다보니 지도자란 사람들이 자신의 위치를 망각한 채 테스트 대열의 중심에서 민낯을 보이는 사례가 부쩍 늘었다.
 
잭 웰치의 말처럼 이끌기 위한 존재 가치를 스스로 저버린 셈이다. 박대통령은 지난달 18일 대한상공회의소를 비롯한 경제 관련 단체가 주도하는 ‘경제 활성화 입법촉구 1천만 서명운동’에 동참했다. 국회와 야당을 압박하기 위한 행보로 풀이됐지만 행정의 수반인 대통령이 국회와 대화를 통한 설득 대신 경제계를 대표하는 단체들의 서면운동에 참여함으로서 부적절했다는 평이다.
 
물론 긍정평가도 있었다. 그러나 서면운동은 통상 약자들이 자신의 의견을 관철하고자 할 때 꺼내는 카드로 대통령이 직접 나섰다는 점은 분명 자신의 무능을 인정한 것이나 다름없다. 결과적으로 능력과 지도력을 상실한 채 서명운동에 의지함으로서 스스로를 ‘테스트’했다는 지적이다. 특히 ‘원샷법’이 긴 진통 끝에 4일 국회를 통과했지만 이를 추진한 정부와 여당은 지금까지 법률의 필요성과 그 내용에 대해 한 번도 설명한 적이 없다.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지난 1일 대 국민 호소문을 통해 “어떤 개혁도 제 때 법이 통과되지 않으면 공염불이 되고 만다.”며 “대통령과 정부가 제대로 일 할 수 있도록 국회가 도와 달라”고 말했다. 그러나 같은 날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수출입 동향에 따르면 올해 1월 수출액은 367억 달러(약 44조 1100억원)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18.5%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수치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인 2009년 8월(-20.9%)이후 6년 5개월 만에 최대 감소폭이다.
 
따라서 유일호 경제부총리의 이번 호소문은 초라한 박근혜 정부의 성적표를 숨기기 위한 꼼수에 불과했다는 해석이다. 뿐만 아니라 정부가 나라를 다스리는 것이 아니라 국민과 국회를 상대로 전투를 하고 있고, 오직 정복만을 위해 몸부림 치고 있다는 혹평이다. 오는 8일은 우리의 고요 명절인 설이다. 냉수 먹고 속 차리라는 말이 있듯이, 설날 아침 떡국과 함께 좀 더 성숙한 정부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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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6/02/05 [06:10]   ⓒ br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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